한국 변호사 vs 미국 변호사

가끔씩 학부생들을 위주로 한국 변호사 vs 미국 변호사 중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저 역시 지금 학부 시절로 돌아간다면 많이 고민할 것 같아요.  

 

저는 비록 한국 변호사 자격만 갖고 있지만 (로펌에서 다수의 미국 변호사님들과 함께 근무하였고, 저의 대학 지인들 중에 미국 변호사가 된 케이스도 있으므로 이들로부터 보고 들은 바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제 생각, 그리고 판단에 도움될만한 몇 가지 기준을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1. 어디에 자리잡고 싶은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주로 일하고 싶다면 한국 변호사,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미국 변호사입니다. 

 

물론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서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미국변호사님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한국법은 미국법과 체계가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법은 대륙법 체계이므로 몇 년 동안 중요 법 조문들을 이해히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한 한국 법률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legal mind를 충분히 장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국법을 정식으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미국변호사님들은 한국 로펌에서 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습니다. 주로 미국(해외) 법령 리서치, 외국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한국 변호사님들이 작성한 법률 메모, 계약서 등을 매끄럽게 영어화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 등으로 말이죠.

 

하지만 한국 로펌에서 이러한 업무가 주된 업무이긴 어렵습니다. 국내 업무 뿐만 아니라 외국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하는 인바운드 업무도 결국에는 한국법 업무입니다. 단지 후자의 경우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일 뿐입니다(클라이언트가 외국법이 궁금했다면 애초에 외국 로펌을 선임했겠죠).

 

다시 말해, 전통적인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기대했다면 미국변호사의 한국 로펌 생활은 다소 기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변호사님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회사를 통해 혹은 자비로 LLM(변호사를 상대로 한 1년 단기 코스) 유학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전 글에도 다른 변호사님의 말을 빌려 말씀드렸듯이 위 코스를 거쳐 미국에서 변호사로 자리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캘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즉, 한국 변호사라도 미국에서 생활하고 싶다면 JD를 새로 밟아야 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미국 생활을 꿈꾸었다면 애초에 JD(3년 정식 코스)유학을 하는 게 나았던 것입니다. 

 
2. 자신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되는가? 

한국변호사의 경우도, 대형로펌 자문일을 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영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로스쿨 체제로 변경되면서 영어 네이티브 급도 각 로펌에 매년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영어능력을 끌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한국 변호사로서 업무에 필요한 영어는 기본 실력 +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입니다(아래 참고하세요). 

 

 

로펌 변호사, 영어 얼마나 잘 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가끔씩 학교 커뮤니티를 들어가 볼 때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보곤 해요. "로펌에 가고 싶은데 영어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로펌에서 일하면 영어 많이 쓰

aloha-legalclinic.tistory.com

 

반면 미국변호사의 경우는 다릅니다. 한국의 법률 용어도 한국인들에게 낯설거나 어려운 경우가 상당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겠죠. 따라서 미국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좋은 로펌에 취직까지 하려면 당연히 미국의 평균적인 사람보다도 영어를 잘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상급의 학력을 가진 미국인과의 경쟁해도 지지 않을 정도의 영어 독해, 작문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 로스쿨 진학 이전에 자신의 영어 실력(+잠재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3. 리스크 측면 

특히 미국 로스쿨을 진학하려는 경우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좋은 로스쿨일수록 학비도 비쌀뿐더러 외국학생으로서 장학금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구체적인 방안을 확보해야 합니다. 물론 졸업 이후 미국 최상위 로펌 취직이 가능하다면, 한국 대형 로펌에 비해 대략 두 배 이상되는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3년 정도 안에 로스쿨 진학 비용을 다 갚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이번 코로나가 미국 유학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특히 로스쿨도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고(학점도 P/F 방식으로 변경되는 학교도 있다고 함), 1년 차 인턴도 취소되는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외국 학생들의 취업에 매우 불리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외국 학생들은 특별한 인맥이 없는 경우가 다수이므로 미국 로스쿨 1년 차 때 최대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로펌에서 인턴을 해야만 상위 로펌의 취업기회가 열립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상황으로 인해 테스트를 응시하거나, 인턴을 해 볼 기회 조차 없어진 것이죠. 

 

또 하나의 리스크는 비자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로펌에 취직하더라도 로스쿨 졸업 후 취업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계속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뺑뺑이로 결정됩니다. 즉, 운이 나쁘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해외 로펌에 취업했다가 비자 문제로 한국에 돌아온 케이스를 여럿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한국 로스쿨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단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그 작은 시장 마저도 현직에 있다 보면 급격하게 포화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변호사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자문이고 송무를 불문하고 내로라 하는 펌들까지 가격 덤핑을 하여 중소 펌들은 웬만해서 살아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미국 법률시장은 규모가 한국에 비해 훨씬 크고 잘 풀릴 경우 기회도 많지만 경제적인 부담, 코로나 상황에 따른 환경 변화, 비자 등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에 한국 법률시장은 시장 자체가 매우 나빠지고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사실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다소 암울해져서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바로는 어떤 결정도 장점 혹은 단점만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남기 마련입니다.

 

다만 사전에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리스크까지 분석해 어렵게 결정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글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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